고정된 인식을 벗어나 확장된 경험을 끌어내는 작가는 공기와 같이 잡히지 않는 존재와 현상을 시각화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과 감각을 자극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전시 공간의 건축적 요소, 빛, 공기 등 전체를 인지하면서, 우리가 무디게 느끼는 것들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유연하게 오가는 오승열은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를 3차원적인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프리즈 서울 2023에서는 오승열 작가가 2014년도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회화 연작 〈Periphery〉와 그에 비롯된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회화 〈Periphery〉(2014)의 캔버스 경계에 드리워진 경계선들은 각각 선명한 색채들과 서로 만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 안과 바깥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void)으로 채워진다. 주변부를 뜻하는 작품명처럼, 경계 위 색채를 통해 평소에는 우리 시야에서 바깥에 있는 곳까지 시선이 맞닿게 되고, 중간의 여백을 통해 우리의 시선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이 더욱 극대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