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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균 & 황민규: 평행한 두 직선 사이의 거리

신정균 & 황민규: 평행한 두 직선 사이의 거리

Aug 19 - 31, 2023

9-1, Jeungsan-ro 19-gil, Eunpyeong-gu, Seoul, 03452, Rep. of KOREA

FREE

Tue-Sun 12pm - 6pm

방충망의 뜯어진 구멍 너머로 보이는 바깥은 유난히 선명하다. 언제나 촘촘한 격자무늬와 함께 바깥을 보았으면서 찢어진 틈으로 보이는 깨끗한 풍경은 방충망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만든다. 처음 본 게 아닌데도 -그게 눈앞에 있다고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익숙했던 게 눈에 띄게 거슬리는 것이다. 익숙함은 이렇게 민망할 정도의 미미한 계기로 무너지기도 하고 쉽게 극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소함으로 인한 변화가 큰 파장이 되어 일상을 여러 차례 흔들어 놓고 나면, 우리는 그 이후에 보게 될 눈앞의 상황, 현실이라고 하는 세계를 이전처럼 보기가 쉽지 않다. 변화라는 것은 안식을 깨뜨리고 오는 두려움이 되어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리는 극단으로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물게는 자신의 의지로 현실을 마주해 보기로 하는 어떤 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현실을 마주한다는 건 그동안 실제 세계라고 착각했던 것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자신의 경험들로 채워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듯하다. 모두가 동일한 시공간 속에 있더라도 각자가 처한 현실은 같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현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소한 일부들을 공유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시 《평행한 두 직선 사이의 거리》의 두 작가는 한국이라는 시공간과 같은 세대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두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자 다른 좌표를 딛고 서 있다. 일상 곳곳에 내재해 있어서 언제 건드려질지 모를 불안을 동반해야 하는 현실을 신정균이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관찰한다면, 황민규는 자신의 일상에 그의 세대가 공유하는 감수성에 가까이 맞닿아 있는 가상의 장치들을 쌓아 올리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가상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작가에 의해서 더욱더 과장되게 편집되는 일상의 모습들은 현실보다는 그것을 흉내 내는 허물처럼 보이거나 무게감마저도 소거된 것처럼 느껴진다. 두 작가가 공유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가늠해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미지의 조각 모음과 익숙하고 찝찝한 불안감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와 그리고 어느 하나 제대로 현실에 발붙이기보다는 가상 저 너머에 매달려 있는 가벼운 육신들. 가까워질 듯하면서도 일정하게 남아있는 간격으로 둘은 축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이다. 두 선의 간격이 좁혀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면 그사이를 지나가 보는 것은 어떤가. 누군가는 자신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현실을 보기 위해 그의 시선을 연장해볼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 좌표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 이렇게 사소한 일부들을 공유한다는 것은 간극을 채워나가며 이전에는 경험해본 적이 없었을 만큼 현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이연지(아웃사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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