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여름날의 열기를 식혀주는 가을의 길목에서 송현공원 특별전 《땅을 딛고(Step on the Ground)》를 개최합니다. 한 세기 이상 높은 담으로 가로막혀있다가 2022년 가을, 열린송현 녹지광장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열리는 본 전시는 땅에 대한 서사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그 땅을 딛고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심 속 푸른 광장 열린송현은 서울 도심의 북적이는 풍경과 더불어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 그리고 탁 트인 하늘을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조선의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의 주 거주지였던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수탈기관의 역할을 하는 조선식산은행(朝鮮殖産銀行)의 소유가 되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외교부지로 사용되었고,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다시금 대한민국의 땅이 되었습니다.

본 전시는 “질문하며 살아간다면 훗날 그 답을 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의 말처럼 굴곡진 역사를 딛고 살아온 우리네 삶에 대한 질문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조형적 언어로 이야기를 건네는 이곳, 경복궁 왼편의 소나무 언덕 송현(松峴)에서 작품을 감상하시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