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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y Lee: Liminal Phase - Between Chapters 4 and 5

Suzy Lee: Liminal Phase - Between Chapters 4 and 5

Aug 25 - Sep 28, 2022

45-14, Ujeongguk-ro, Jongno-gu, Seoul, 03144, Rep. of KOREA

FREE

Tue-Sat : 10:00 - 18:00

OCI 미술관은 2022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인 이수지의 개인전 《Liminal Phase : 4장과 5장 사이》를 8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 OCI 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모노톤의 화면에는 조밀한 격자를 이루는 무수한 선들이 가득하고, 그 사이에 알파벳과 도형이 묵묵하고도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프린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의 실을 직접 수놓아 만들어낸 노동집약적 화면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제작 과정 및 방식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쉬운 길도 어렵게 돌아가려는 수행적 태도를 통해 표면의 이면에 누적된 고뇌의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드러내려 애쓴다. 이수지는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Liminal Phase"는 중간 지대를 의미하는데, 결과보다는 과정 자제를 가시화하기 위해 연구하는 그의 작업을 더욱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로 해석할 수 있다. 가늘고 연약한 선들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세계와 반복적으로 동작하는 손의 노동이 쌓여 눅진한 화폭이 완성된다. 고도화된 프린터가 수 천장의 인쇄물을 단숨에 뱉어낼지라도, 꾹꾹 눌러 가만가만 써 내려간 손 편지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처럼 언뜻 얇고 가벼운 종이처럼 보일지라도, 그 이면이 함유한 무게는 프린트된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전시실 한 켠을 고요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점유하고 있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무려 100가닥의 실을 하나로 모아 보다 큰 양감을 부여하는 합사 기계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동적 장치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작가가 직접 도맡았다. 어딘가 서툰 작동법에 삐걱거리지만 그렇기에 생겨나는 유일무이, 예측불허의 가치가 스며 있다. 이수지는 자신의 작업을 "그래픽을 공예 하는 아주 사적인 방법론"이라고 설명하는데, 여기에서 집중해야 할 지점은 "아주 사적인"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그래픽을 손으로 직접 구현할 방법을 연구해왔다. 첨단 인쇄술과 손의 예민함은 달랐고, 그 간극에서 발생한 차이는 분명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작업의 가치를 발견한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없는 정확성과 인간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비정형성. 이것이 곧 이수지만의 "아주 사적인" 방법론이 아닐까 싶다.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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