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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 Kwan, Kim Hyeju: Unsolved Chapter

Jeong Kwan, Kim Hyeju: Unsolved Chapter

Aug 16 - Sep 9, 2023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Tue-Sat : 10:30am - 6:30pm

작품의 구성에서 복합적 다매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뒤로, 미술계에서 분야를 나누어 각각의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이제 거의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의 파고는 공예 작가들에게 통념을 뛰어넘고 장르를 허물어야 한다는 생산적인 압력을 부과하고 있다. 이제 공예는 점차 얌전하고 정적인 장식과 쓰임을 넘어 제 영역을 확장해 간다. 갤러리 지우헌은 8월 16일부터 9월 9일까지 정관, 김혜주의 2인전 《미해결의 장(Unresolved Chapter)》에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관은 팝아트적 색감과 문자를 접목한 도자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공예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가이다. 그가 석사학위를 마친 뉴욕 시라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 도예과는 VPA(Visual and Performing Art) 학부에 속해 있어, 상당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도예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후 모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한국의 공예가 상당히 경직되어 있음을 느꼈고, 그러한 경직성과 엄숙함을 해소하기 위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도자 양식에서는 실패로 불릴 수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정관은 그와 같은 ‘실패’를 통해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대표작 ‘What to Value’ 시리즈는 공예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술’, ‘기능’, ‘숙련’, ‘완성도’ 와 같은 단어를 전통 찻잔의 꽃무늬 패턴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그의 트레이트마크 기법인, 파편화된 유약이나 흘러내린 형체 등이 더해진다. 도예의 관습을 거스르기 위해 가장 친숙한 공예패턴을 역설적으로 가져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관의 작품을 본 관객은 도자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그 모호한 형태를 보며 도자란 무엇인지에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김혜주는 서울여자대학교 공예과 석사과정 중인 신예로, 2023년도 갤러리 지우헌의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유약을 바르고 굽는 도자 제작 공정의 마지막 단계를 사운드와 영상으로 대체하는 파격적 실험을 통해 도자의 색다른 완결성을 연구하는 작가이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미분음’인데, 이는 음악에서 반음보다 작은 음정을 가리키는 전문용어이다. 학창시절 전공한 바이올린 특기를 살려 도자에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현대와 전통의 융합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출품작 중 ‘음의 조각들’은 도자의 원형이 수분함량과 굽기에 따라 보이는 미세한 형태의 차이를 표현한 비디오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분음을 의미하는 원형의 고운백조형토 판 40개를 벽에 설치하고, 디지털로 복제한 영상을 그 판에 왜곡되게 투사시켜 그 표현 방법이 매우 신선하다. 이는 공예가 현대미술 안에서 배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동시대성을 지켜갈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다. 도자와 미디어, 사운드 아트가 서로 밀어내며 경합하다가 모종의 균형 속에서 공명하는 장면이 그려지는 것이다.
두 사람의 협업 작품도 볼 수 있다. 정관 작가는 백자의 형태를, 김혜주 작가는 백자를 투사하는 영상을 맡아 각자 기법의 특색을 발휘했다. 이렇듯 본 전시는 도자의 한계점을 부각한 역설적이고도 과감한 방법으로 공예의 형식을 재편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지우헌의 김아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미술에서 공예의 물성이 갖는 한계치를 뚫는 신선한 시도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미해결의 장’이라는 전시 타이틀은 두 작가가 표현하는 도자의 미완결성으로 말미암아, 해결되지 않기에 더욱 매진해야 할, 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친다.
8월 16일 오프닝 행사에는 현대식 전통주 ‘화요’와 ‘북촌막걸리(노스텔지어)’의 협찬이 함께한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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