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인의 <수집된 연결 Collected Connection>은 '수집'이라는 행위를 피동적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수집된 것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어떤 기억 또는 감정들이다. 작가는 이를 ‘스키마(schema)’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키마란 선행된 경험이나 지식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생성된 인지체계를 말한다. 스키마는 아주 사적인 영역일 수도 있지만 같은 세대, 같은 사회, 같은 문화권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 가공된 오브제, 자연물, 사진, 이미지, 신문, 텍스트, 그리고 심리 상담 내용이 담긴 음성까지,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수집한 단서들을 제시한다. 여러 레이어로 겹쳐지고 쌓인 단서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사건들을 비선형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관람자가 스스로를 대입해볼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허수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무한히 많은 대상들이 부분적으로 중첩될 가능성”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관람자들이 작가가 제시한 단서들을 관찰하면서 그것들을 연결해보고, 또 언젠가 이 전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떠올린다면, 그 또한 ‘수집된 연결’일 것이다.